Proverbs(잠언) 24:16
“The godly may trip seven times, but they will get up again. But one disaster is enough to overthrow the wicked."
"대저 의인은 일곱 번 넘어질지라도 다시 일어나려니와 악인은 재앙으로 말미암아 엎드러지느니라”
실패 이력서
이력서(Resume)는 본질적으로 성취만 적게 되어 있다. 어떤 학교를 다녔고, 어떤 회사에 있었고, 어떤 프로젝트를 했는지.
거기까지 가는 길에 몇 번 미끄러졌는지, 몇 번 떨어졌는지는 어디에도 적히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그 경향이 좀 더 진하다. 고등학생 때부터 자소서에 “역경을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적긴 하지만, 그건 결국 “그래서 어떻게 멋지게 이겨냈는지”를 위한 도입부에 가깝다. 진짜 무너졌던 이야기, 아직 회복 중인 이야기는 빠진다.
회사 이력서로 가면 그마저도 사라진다. SNS는 한술 더 뜬다. 자는 동안 누군가는 또 어딘가에 합격해 있고, 누군가는 또 무언가를 출시해 있다.
이런 풍경 속에 오래 있다 보면, 완벽함을 일종의 기본값으로 착각하게 된다.
미끄러진 적 없는 사람이 어딘가엔 정말 있을 것 같고, 내 분투는 어쩐지 부끄러워진다.
완벽함을 우상화하게 되고, ‘진짜 성공’이 어때야 하는지에 대해 비현실적인 기준을 만들게 된다.
실패 이력서(failure resume)를 Jzhao님을 통해 접했다. 계획대로 풀리지 않은 일들과, 거기서 배운 것들을 정리한 목록이다.
핵심은 실패를 전시하는 데 있지 않다. 내가 내 목표를 향해 얼마나 치열하게 애써왔는지를 기록하는 일에 가깝다.
어떤 면에서는 그 몸부림에 영수증을 발급해 주는 셈이다. 떨어진 자리에 점을 찍고, 그래서 여기까지 왔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것.
결점이나 부족한 부분을 더 자주 이야기할 수 있다면, 개별 실패 그 자체가 아니라 거기서 얻은 배움에 초점이 옮겨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내 안에서는 그게 가능하다.
이 문서는 내가 여기까지 얼마나 고생해서 왔는지, 왜 내가 여기 있어도 되는지를 스스로에게 상기시켜 준다. 더 중요하게는, 과거를 돌아보며 배우고 앞으로의 실패를 덜 두려워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준다.
실패를 적기 시작한 뒤로 새로운 걸 시도하는 데 좀 더 과감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예전 같으면 “나는 자격이 안 돼”라고 미리 접었을 자리에도 한 번 더 손을 들어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이미 떨어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 한 번 더 떨어진다고 무슨 큰일이 나겠는가.
출처
나의 실패 이력서
마지막 업데이트 2026.02.11
2023
- 2학기 학업 소홀
- 건강에 문제도 있었고,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학업이 가장 상충하던 시절이었다.
돌이켜보면, 이때 휴학을 하는 것이 맞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남들과, 친구들과 다른 길을 나아간다는 것이 두려웠다. - 더 솔직하게 말해보면, 대한민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학원가에서 기계 같은 청소년기를 보내고 대학에 입학한 나한테 그런 선택지는 고려 대상조차 아니었다.
- 건강에 문제도 있었고,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학업이 가장 상충하던 시절이었다.
2024
- 우아한테크코스 탈락
- 실력 부족도 있었겠지만, 가치관의 문제가 가장 컸다.
- 당시 나는 개발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에 흥미를 느끼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알고리즘 문제 정도를 TDD를 비롯한 복잡한 절차로 해결하려는 우테코는 나에게 흥미를 주기 어려웠다.
- 흥미와 별개로, 불특정 다수가 나의 코드를 보고 리뷰한다는 것에 익숙지 않던 시절이었고 거부감이 있었던 것 같다. (오픈소스 범벅인 프로젝트조차 나의 코드라며 보호하던 시절이었다)
완벽주의에 매몰되어 우테코가 의도했던 테스트/제출/리뷰 등의 학습 목표를 따라가기보다, 완벽한 제출물을 내는 것에 집착했다. 이는 그대로 나한테 스트레스로 작용한 것 같다. - 실패는 아쉬웠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개발자로서 올바른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게 한 좋은 계기였다고 생각한다.
- SW 마에스트로 탈락
- 이 탈락은 그 어떤 탈락보다 더 아팠다 - 이거 하나를 바라보고 입대를 연기했었고, 창업을 비롯한 막연했던 내 목표에 구체적으로 다가설 수 있는 첫 번째이자 최고의 기회라고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 나의 1년 계획과 SW 개발병 준비가 백지화되었고, 내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기분이 들어 정말 속상했다.
- 이별
- 온전한 나의 잘못으로 오랜 기간 사귄 연인과 이별했다.
이 사건 이후로, 정신적으로 가장 미성숙하고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냈다. - 26년 초(이 글을 마지막으로 다시 읽은 시점)까지도 내상에서 완벽하게 회복되지 못한 것 같다.
그래도 어렵지만 조금씩은 나의 상처를 마주볼 수 있게 되었고,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 온전한 나의 잘못으로 오랜 기간 사귄 연인과 이별했다.
2025
- 3학년 1학기 학업 소홀
- 3학년 1학기 학업에도 집중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학교와 회사를 병행했기 때문이다.
- 내 능력을 너무 과신했었다. 나는 솔직히 회사 일에 더 흥미를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학업은 짐처럼 다가왔다.
- 다만 나중에 돌이켜 생각했을 때, 3학년 1학기 때 배운 몇 가지 과목들이 이후 나한테 영감과 흥미를 주었다.
(학업을 열심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식의 깊이와는 별개로 지식의 영역을 확장시켜 주었다. 이후 늦게라도 스스로 공부하여 채워나가게 되었고, 이는 나에게 성장의 기회가 되었다.
때문에 아직까지도 이때의 선택만큼은 어떤 게 맞는 선택인지 모르겠다.
- 산업기사 실기 탈락
- 산업기사 실기에 탈락했다. 많은 사람들이 나 정도면 쉽게 붙을 것이라 했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고, 너무 쉽게 보고 공부를 깊게 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실수했다, 바쁘다는 것은 패배자의 핑계이다. 그냥 학문의 지식이 부족한 것이다.
- 중반기에 시험을 보지 않았던 것이 너무 후회스러웠다. 우선순위를 냉정하게 파악하지 못했고, 게을렀다.
- 26년 1차 기사 실기는 4~5월. 합격자 발표는 6월이다. 26년 중반기 입대가 마지노선인 나에게 공군 IT 개발병의 선택지는 사라진 것이다.
- 참담했다. 개발병 서류에서, 면접에서 떨어지는 것도 아닌, 지원 자격 획득 자체에 실패한 것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