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상의 사진메이트, 운전메이트를 담당하고 있는 친한 형과 일본 여행을 갔다.
3박 4일. 도쿄 to 하코네.

SEAT
31A
서울(인천)
ICN
도쿄(나리타)
NRT

설레는 마음으로 출발.

Day 1 - 도쿄

공항에서 급한 대로 한 끼 먹었다.
맛이 어땠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제정신이 아니었음)

나리타 공항에서 숙소 가는 길. (니시닛포리)
담배꽁초 없는 거리는 실존한다.
집들도 전부 아기자기하고 예쁘다.

도로 폭이 좁고 건물 높이도 낮은데, 저마다 높낮이가 달라서 거리 하나하나가 단조롭지 않았다. (unlike 단조로운 아파트)

돌담, 벽돌 같은 재질감 있는 외장재와 베이지, 나무색 같은 낮은 채도의 건물이 조화롭게 어울려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담배꽁초 없는 것도 규정이 엄격하기 때문이라던데, 이런 경관 역시 사실 치밀한 설계가 아닐까 싶다.
뭐가 되었든 이동 중에도 볼 게 너무 많아서 좋았다.

숙소에 도착해서, 그냥 기절했다. 형은 혼자 편의점 탐방하러 가던데, 대단한 사람이다. (안 피곤해?)
몇 시간 후에 나가자는 형의 부름을 받고 향한 곳은 라멘집.

면 모양이 우리 둘 다 생각한 라멘은 아니었는데, 뭐 그런 게 중요한가? 정말 맛있었다.
가장 큰 사이즈로 싹싹 비웠다.

여담으로 코레 히토츠 후타츠 열심히 외워갔는데 첫 입장부터 자판기가 반겨줘서 뇌정지가 왔다.
보다 못한 주인장이 와서 대신 주문해줬는데, 本当に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

다음 간 곳은 롯폰기.
근데 솔직히 말하면 엄청난 감흥은 없었다. 그냥 깨끗한 서울?
아니라면 죄송합니다..

거리를 좀 걷다 돈키호테로 향했다.

배불러서 먹을 건 관심 없었고, 옷이나 액세서리 보다가 왔다.
롱슬리브 입고 오길 잘했다. 여기 사람들 다 힙하게 입고 다니더라.

너 주려고 샀다.

숙소에 돌아와서 태판야끼를 예약했다.
그래, 일본 왔으면 기깔난 거 하나는 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Day 2 - 도쿄 | 카와고에

태판야끼 예약은 12시 30분. 그 전까지 로컬 신사(진짜 로컬이라 이름 모름)와 황거(皇居)/에도 성에 방문했다.

솔직히 규모에 놀랐다. 건축물도 멋있었고, 실제로 눈앞에서 보니 압도당하는 느낌?
다만, 출입이 제한된 곳이 많아서 아쉬움이 아직도 많이 남는다.

태판야끼의 시간이다.
근데 아뿔싸 내가 어제 예약을 잘못했나 보다.
바가 아니라 을 예약해버린 것이다.

결국 남자 둘이서 룸에서 오붓하게 태판야끼 먹었다.

룸이라 종업원이 와서 음식 설명을 해주는데, 한국어 못하셔서 음식마다 ‘몸으로 말해요’를 시전하셨다.
초카와이 - 너무 귀여우셔서 열심히 고개 끄덕이고 호응해드렸다. 뭔 말인지는 못 알아들었지만

맛있었다. 와규 최고.

시부야 스카이로 이동.
근데 그날은 5시 반까지밖에 운영하지 않는다더라. 이게 무슨 날벼락이지? 일몰 보려고 온 건데..

놀라운 사실 - 그날은 발렌타인데이였다. (2월 14일)
주머니 두둑하신 분이 30분 단독 예약했다는 소문이 돌더라.

그래도 노을 정도는 볼 수 있었다.


노을 보면서 형이랑 도쿄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했다.

결론은, 우리 둘 다 도심 속에서 일하다 여행 온 한국 청년들로서 지금 도심이 조금 피곤하게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덜 치이면서도, 일본 특유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을 찾기 시작했다.

선택된 장소는 카와고에시. 이유는 아래와 같다.

  • 저밀도/한적함: 관광객이 너무 많지 않아야 함 (없는 건 안 됨, 일본어가 안 되니)
  • 전통적 미감: 일본에 온 만큼, 일본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야 함
  • 접근성: 스이카로 부담 없이 갈 수 있는 장소
  • 야간 분위기: 도착하면 밤일 것이기 때문에, 저녁 시간대의 고즈넉한 야경이 매력적인 장소

다른 후보로는 카사이 린카이 공원이나 오다이바 외곽이 있었지만, 전통적 미감 부분에서 카와고에시가 낙점되었다.
특히, 사진으로 보았을 때 에도 시대의 건물이 늘어선 쿠라즈쿠리 거리가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도부 도조선을 타고 한 시간 반 정도 걸려서 카와고에시에 도착했던 것 같다.

조용하고, 한적하면서도 일본의 향수가 짙게 느껴지는 곳이라서 참 좋았다.

돌아오는 길에 열차에서 숙면을 충분히 취한 덕분에 에너지가 남아, 호텔 앞으로 한 잔 하러 갔다.

진짜 맛있었다. 내 인생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중식 맛집.
일본 가서 중식 먹는다는 게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도쿄 가면 밤에 다시 가서 먹을 것 같다.

대충 6만 원어치 흡입하고 숙소 가서 잤다.

Day 3 - 하코네

오다큐 로망스카(Romancecar)를 타고 하코네로 향했다.
열차에서 후지산이 보이기 시작하니 엄청 들뜰 수밖에 없었다.

하코네 도착 후 숙소에 짐을 맡기고, H버스를 타고 모토하코네로 이동했다.

하코네 신사에 가장 먼저 들렀다.

영험한 분위기가 참 마음에 들었다. 다만 사람이 꽤 있어서, 온전히 즐기기는 어려웠다.

이건 평화의 토리이. 평화롭다. 사람만 없었으면

드디어 후지산을 보러 온시 하코네 공원에 갔으나, 안개 속에 후지산이 숨어버려서 절망적이었다.
찾아보니 오전에 와야 잘 보인다고 하더라.
내일 새벽에 다시 방문하기로 형이랑 다짐하고 장소를 이동했다.

숙소에 일찍 복귀했다.

이치노유 혼칸(一の湯 本館). 1630년에 창업한 유서 깊은 료칸이라고 한다.

숙소가 계곡 옆에 있어서 (우리가 계곡 쪽 방이었다) 물소리가 들리고, 오래된 목조 건물이 주는 분위기가 꽤 인상적이었다.
밤에는 온천을 즐기며 비교적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Day 4 - 하코네 | 도쿄

새벽에 일어나서 H버스 첫차를 타고, 후지산을 보러 갔다.

대성공이었다. 근데 저 앞에 있는 의문의 산(언덕)을 밀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에 복귀해 쪽잠을 자고, 료칸의 가이세키 요리를 먹었다.

이후 시간이 좀 빠듯했음에도 나 혼자 못 참고 온천을 하러 갔다.

몰랐던 것이 있었는데,

  1. 온천이 두 개 있다.
  2. 하나만 야외로 개방되어 있고, 하나는 실내다.
  3. 남탕과 여탕 번갈아가며 오전~낮/오후~저녁 탕이 교체된다.

어제 실내에서 온천해서 온천이 다 이런 식인 줄 알았는데, 아침에 운이 매우 좋았다.
형이 나중에 듣고 굉장히 아쉬워했다.

그렇게 체크아웃 후 신주쿠로 복귀.
간단한 쇼핑 후에 나리타 공항으로 향했다.

좌석번호
24E
도쿄/나리타
NRT
서울/인천
ICN

저가 항공 파티

여행 끝.

형과 끝나고 여행 복기하며, 꽤 여유롭게 여행한 것치고 이것저것 많이 보고 좋았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했었는데,
다시 쭉 정리해보니 그냥 열심히 돌아다닌 거였다. 다음에 또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