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 League of Legends 이야기입니다.

5년, 21패

4월 11일, 디플러스 기아가 젠지를 2대 0으로 꺾었다.

이게 왜 대단하냐면, 쇼메이커의 디플러스 기아는 2021년 이후로 젠지를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21번을 졌다.
기간으로 치면 거진 5년. 삼국지연의 속 제갈량의 북벌에 빗대어 ‘북벌’이라 불리던 도전이, 22번 만에 드디어 이뤄진 거다.

그날 라이브로 경기를 보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쇼메이커 개인캠이 잡혔을 때 전율이 돋았다. 감회가 남달랐다.


쇼메이커의 5년은 다른 누구보다도 힘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번 정점을 찍어본 사람이 그 아래에서 21번을 넘어졌다. 그것도 같은 상대한테.
심지어 동료였던 캐니언은 젠지로 이적했고, 쇼메이커는 이적한 동료에게 다시 지는 걸 반복했다.
그 기분이 어떤 건지는 상상하기도 싫다.

그 패배들은 화려한 패배도 아니었다. 어느 순간부터 그냥 “또 졌네” 하고 조용히 넘어가는 패배들이었다.
본인도 인터뷰에서 모니터에 0대 20, 0대 21 이렇게 뜨는 게 달갑지 않았다고 했는데, 쇼메이커는 그 무게를 매번 정통으로 맞았다.

나는 그 패배 중 절반 정도를 직접 지켜봤다. 솔직히 그 절반만으로도 기대가 사라졌는데, 본인은 어땠을까. 자기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하지 않았을까.

조용한 비참함을 견뎌낸 사람의 승리

누가 뭐래도 롤은 스포츠다. 스포츠라는 게 결국 사람이 한계에 부딪히고, 그걸 견디고, 어떻게든 다시 일어서는 걸 보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보면 이번 쇼메이커의 서사는 정수에 가깝다.

“그럼요. 확실히요. 월즈 우승했을 때도 이렇게 기쁘진 않았던 거 같아요. 경기가 끝나니까 순간 울컥하더라고요. 손도 너무 떨리고…이런 걸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제 속마음은 아니었나 봐요.”

우승은 정점의 환희지만, 이번 건 바닥에서 기어 올라온 사람만이 아는 종류의 기쁨이다. 조용한 비참함을 견뎌낸 사람의 승리.
곱씹어보니, 정말 내가 생각한 것보다 대단한 사람이구나 싶었다.

P.S.

나는 쇼메이커한테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DK 팬들은 아니었나보다. 후문으로는 당시 DK 팬들이 어마어마하게 울었다고 한다. 팬들도 대단하다.